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는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시집이다. 첫 시부터 마지막 시까지 쥐고 앉는 순간부터 달음질로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시집이다. 그러나 쉽게 읽고 말아버릴 수는 없는 시집이다. 그리하여 끝끝내 탈탈은 아니 되는 시집이다.
화려한 수사에 기댐 없고 견고한 말씀에 묻지 않고 나비처럼 가볍게 버선발처럼 소리 없이 날아가고 미끄러져가는 시집이라 감히 이 시편들을 일컫는 이유는 쥐려는 욕심이 아니라 놓으려는 버림을 알아버린 시인의 ‘태도’를 이 책으로 배울 수 있어서다. 어디로들 뛰어가시는가. 하늘 말고는 그 하늘로 돌아올 수 있는 사람 아무도 없거늘. “떠나는 사람 남는 사람 그 일이 언제나 그런데”. 이제 아시겠는가. 저녁은 우리 모두에게 쉽게 오고야 마는 죽음이며 사람인 것을. 묵묵히 지켜보고 껴안다가 내 이름이 될 그 전부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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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책 속 글귀
한바탕의 흰구름
거울 속으로 흰구름 떠간다
거울 앞에 서면
비춰지는 것이 내가 아니라
오늘의 배경을 거느린 나인데
나는 거기서 나를 표정 짓고 있는 것인데
나의 배경에서
흰 벽은 햇빛에 얼룩지고
시간에 얼룩지고
비를 맞아 울고
없어지는 사람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는데
왜
내 눈앞에서 옆 사람이 없어지나요
없어지는 사람들이 가는
세상이
왜 나는 안 보이나요
없어지는 사람들은
뚜렷이 보이는데
왜
오늘이 그렇게 가나요
왜 사람들이 그렇게
마음은 두고
몸들이 없어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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