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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구름은 울 준비가 되었다 - 박은영

by Heureux☆ 2023.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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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울 준비가 되었다

 

생존 가능성이 희박할 때 기적은 일어난다
그것은 신이 주신 선물이다


박은영 시인이 첫 시집 『구름은 울 준비가 되었다』를 출간했다.「모자이크」(1부), 「발코니의 아침」(2부), 「인디고」(3부), 「토구」(4부) 를 비롯한 52편의 각각의 특색을 가진 시들로 13편씩 묶어 4부로 나눠 수록되어 있다. 추천사처럼 박은영의 이번 시집은 체험하지 않았으면 표현할 수 없는 간난하고 신산한 삶을, 학습만으로는 획득할 수 없는 연금술사적 언어로 그려내고 있어 시는 읽는 독자들을 그의 시 속으로 가만가만히 삼투시켜 감동을 선사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 구름은 울 준비가 되었다 - 자세한 책 정보 보기 <<


 

[ 구름은 울 준비가 되었다 ] 책 속 글귀


모자이크

(...)
찢어진 날들을 붙이면 어떤 계절이 될까

내가 있는 곳은
멀리서 보면 그림이 된다고 했지만
밀린 인형 눈알을 붙이며 가까이 보았다
초점이 맞지 않아 희부옇게 보이는 내일,
아이의 슬픔이 가려지고
조각조각, 조각조각
깍두기 먹는 소리가 들렸다

 


길음동

옥탑방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얼음과 어름 사이를 지나 어른이 되었을 때, 길음역에서 기름을 걱정하다 길을 잃었다 북극곰은 집이 없고 나는 털이 없어 발을 동동거리는 추운 밤, 따뜻한 방에서 사는 이들은 겨울을 몰랐다 양말을 벗어 창가에 걸어두고 함박눈을 기다렸다

봄은 녹지 않는 집을 가진 자들의 계절.

에스키모가 떠난 이글루에서 좌표를 그렸다 이 얼음집이 녹아내리면 이면지 한 장에 몸을 싣고 동동(洞洞) 떠다녀야 할 것이다 어느 곳에 닿아도 기름을, 길 잃음을 걱정해야 하는 북극일 것이다

북위 육십육도 삼십삼 분, 정의와 신념과 권리는 한계선을 넘었다

빙산의 일각, 쪽창을 연다 북극곰 잠자리가 무덤이 되지 않길 바라며 붉은 십자가 가까이 언 손을 가져다 댄다 피가 뜨거워지는 밤

마음이 거꾸로 탄다

 

 

구름은 울 준비가 되었다, 실천문학사,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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