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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book

[책 읽다] 가장 희미해진 사람 - 김미소

by Heureux☆ 2023.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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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희미해진 사람

 

“죽고 싶다고 말하면, 더 살고 싶어져
온갖 아픈 장면을 흔들어 깨웠다”

1인 극장으로 상영되는 처참하고 아름다운 고백록


김미소의 첫 시집은 처참한 고백록이다. 그는 “괴물이라 불리던 어린 시절”의 모습과 “시각장애를 앓게 된 열네 살의” 모습, 그리하여 “다름을 인정하는 일”과 “오래도록 아프고 외로웠”던 일들을 고백한다. 과거를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고통과 상처를 반복해야 했으므로 시인은 “처음엔 나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했다”(시인의 말)고 밝힌다. 하지만 ‘하지 않으려’ 했던 말들이 결국은 ‘해야만’ 하는 이야기임을 받아들인 시인은 한 글자 한 글자를 바늘로 꿰매듯 기록하였고, 성장기의 상흔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의 모습은 처연하지만 단단하다. 과거의 불행을 시로써 치환하여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삶의 의지와 용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 가장 희미해진 사람 - 자세한 책 정보 보기 <<


 

[ 가장 희미해진 사람 ] 책 속 글귀


못난 얼굴을

사랑하는 거울아
꿈에도 보지 말자

여기까지 따라왔구나
진창을 짓밟으며
흙빛으로 얼굴이 지워질 때

도랑물 흐르는 곳으로 가야지
매듭이 풀릴 때까지
슬픔을 놓아주지 말아야지

더는 고여 있으면 안 된다
이건 못난 얼굴을 사랑하는 
푸른 이끼의 선언

 


가장 희미해진 사람

빗속에서 꺼억꺼억 울었습니다 비를 껴안으며 잊히는 사람의 얼굴을 깨진 거울처럼 맞추어 봅니다 틈이 많아지면 운동은 멈춘 사람 같습니다 뼈의 공백은 채울 수 없는 무덤, 사람의 부재가 그렇습니다 손이 닿지 않아 커튼을 치지 못했습니다 무기력한 목덜미에 햇살이 내려앉았습니다 오래도록 열기를 느꼈습니다 우는 장면이 들키지 않도록 얼굴이 녹아내리는 꿈을 꾸었습니다 가장 희미해진 사람에게 오래도록이라는 말이 더는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희미해진 사람, 김미소, 걷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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