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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젤과 소다수
“쓰러진 풍경을 사랑하는 게 우리의 재능이지”
체념과 무기력만 남은 듯한 세상에 희망이라는 농담을 던지며 자신을 향한 믿음을 놓지 않는 청년 세대를 그리는 시인, 고선경의 첫번째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오래된 테이프를 재생하듯 한 시대를 풍미한 문화 요소들을 배치해 읽는 이를 공감과 향수로 가득한 시세계 속으로 끌어들인다. 딴청과도 같은 회상이 끝나고 돌아온 현재는 그러나 지고 또 지는 게임의 연속이다.
시인은 자조적이면서도 능청스러운 유머로 청년들의 고단한 현실을 비틀고, 미지의 내일에 향기롭고 경쾌한 상상을 덧입힌다. 너머를 상상할 수 있기에 앞으로를 다짐하고, 사랑을 약속하며, 끝없는 소망을 품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편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꿈꿈으로써 또 한번 오늘을 살아내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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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워젤과 소다수 ] 책 속 글귀
돈이 많았으면 좋겠지 (…) 오늘은 재료 소진으로 일찍 마감합니다 팻말을 본 사람들이 아쉬워할 때 나는 그 가게의 주인이 되고 싶지 매일이 소진의 나날인데 나를 찾아오는 발길은 드물지 돈을 많이 벌고 싶지 사랑도 하고 싶은데 잘하고 싶은 거지 나를 구성하는 재료의 빛깔과 질감 누가 좀 만져줬으면 좋겠어 옷장 속에서 남몰래 축축해질 때도 누가 나를 꺼내 좀 털어줬으면 모처럼 단잠에 빠졌다가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그런 걸 소망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내 주변엔 많다 어제나 오늘로 충분한 게 아니고 내일이 과분해서 (…) |
숨어 듣는 명곡 (…) 왜 죽을힘을 다해 살아야 하지 죽을힘으로 죽으면 억울하지 않을 것 같아 거짓말 나는 살아남아 시인이 됐다 처음으로 뭔가가 되어봤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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