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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37

[책 읽다]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 신용목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순간이 있지/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일들이 있어서” 시인은 시간을 새로이 운용하는 자다. 지나버린 시간과 돌이킬 수 없는 관계에 대한 천착이 빚는 슬픈 아름다움이 시인을 그리 만들었다. 존재하던 것이 사라져버리는 필연적 운명을 지연시키고자 하는 시인 특유의 시간운용법이 이 시집 전반에 드리워 있다. 있었던/있는 것을 끝까지 포착하기, 그것에 대해 말하기, 지켜내기. 시간을 멈추어서라도. 덕분에 우리는 이 간절한 지연의 세계 속에서 “하나의 빗방울과 다른 빗방울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어서” “영혼의 핀셋을 나무의 긴 손가락에 쥐여주고, 계절의 톱니바퀴에 감긴 울음과 울음의 결들을 다 뽑아 한낮의 푸른 잎으로 달아놓을”(「시간.. 2023. 2. 12.
[책 읽다] 눈부신 디테일의 유령론 - 안미린 눈부신 디테일의 유령론 최선의 감각으로 우리 곁의 존재를 가늠하는 안미린의 ‘유령론’ 이번 시집은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유령’이라 불리는 존재가 시집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안미린의 시들은 종이를 접었을 때 모양을 알 수 있는 도면처럼, 사방으로 펼쳤을 때 전체를 볼 수 있는 지도 접책처럼, 서로 포개졌다가 다시 열리기를 반복하며 더듬더듬 나아간다. ‘유령’이 등장하는 시구들이 수없이 반복되는 와중에도 하나의 형태를 상상하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시인은 쌓아 올리지만 구축되지 않는 것들, 구축되지 않기에 허물어지지도 않는 미지의 존재에 곁을 내주고, 그를 감각하는 데에 온 힘을 다한다. >> 눈부신 디테일의 유령론 - 자세한 책 정보 보기 2023. 1. 12.
[책 읽다] 뚱한 펭귄처럼 걸어가다 장대비 맞았어 - 박세랑 뚱한 펭귄처럼 걸어가다 장대비 맞았어 “씨익 웃고, 버르장머리 없이 살아야지” 시집 속 화자들은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한 태도로 폭력을 발랄하게 채색한다. 다채로워진 폭력은 그 존재를 모르는 척할 수 없게 도드라지고, 이어 먹음직스럽게 구워져 삼켜진다. 그처럼 박세랑은 여성들이 혼자 겪고 감당해야만 했던 상처들을 언어화하는 가운데 피해를 피해로만 남겨두지 않는다. 폭력의 피해자들이 끝내 집어삼켜지지 않은 채 도리어 폭력을 집어삼키는 존재로 거듭나는 새로운 주체성과 권능의 비약을 주조해낸다. >> 뚱한 펭귄처럼 걸어가다 장대비 맞았어 - 자세한 책 정보 보기 2022. 12. 11.
[책 읽다] 날씨 하나를 샀다 - 이서화 날씨 하나를 샀다 시인의 말 새가 입을 열었다 닫는 사이에 놓친 이삭의 시를 줍겠다고 나섰다 아직 들판은 자기 일 끝나지 않았다 먼 곳과 가까운 곳을 염두에 둔 사이 씨앗들은 월동으로 이동이 한창이고 곳간들이 먼지의 틈마저 비워내려 할 때 나는, 줄곧 사용하던 날씨를 버리고 다른 날씨를 산다 어느 계절에 소속된 날씨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 날씨 하나를 샀다 - 자세한 책 정보 보기 2022. 11. 19.
[책 읽다]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 나태주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위로가 없는 시대, 저녁 불빛처럼 따뜻하고 연필로 눌러 쓴 손편지처럼 위로가 되는 시 >>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 자세한 책 정보 보기 2022. 9. 18.
[책 읽다] 내 마음에 머무는 사람 - 용혜원 내 마음에 머무는 사람 내 마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그대, 그리운 당신에게 보내는 사랑의 노래 마음을 사로잡는 감미로운 사랑의 노래를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선사해온 용혜원 시인의 시집 『내 마음에 머무는 사람』은 초판본 출간 이후 10여 년 동안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온 커플책 세트를 단 권으로 개정해서 펴낸 것이다. 이 책에는 열정적인 사랑 노래를 비롯해 여행에서 시상을 얻은 풍경시에 이르기까지 60여 편의 시가 실려 있다. >> 내 마음에 머무는 사람 - 자세한 책 정보 보기 2022. 9. 14.
[책 읽다] 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 - 나태주 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 인생의 여행길에서 만난 노시인과 청년화가의 하모니 서로 다른 인생의 계절을 사는 두 예술가의 만남 이들이 각각 시와 그림으로 표현하는 계절과 여행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은 ‘계절’과 ‘여행’을 콘셉트로, 나태주 시인의 시 중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과 그 계절의 여행에 관한 시를 뽑아 엮고, 거기에 찰떡같이 어울리는 유라의 그림 작품들을 어울려 담아냈다. 이들의 하모니는 반세기에 가까운 두 작가의 세대 차를 가히 무색하고도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 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 - 자세한 책 정보 보기 2022. 9. 3.
[책 읽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 이병률 바다는 잘 있습니다 사람이 되어 사람답게 살기 위해 낙담의 자리에서 은은하고도 든든한 모습으로 선 한 사람의 혼잣말 작가의 말 : 어쩌면 어떤 운명에 의해 아니면 안 좋은 기운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그만두었을지도 모를 시(詩). 그럼에도 산에서 자라 바다 깊은 곳까지 뿌리를 뻗은 이 나무는, 마음속 혼잣말을 그만두지 못해서 그 마음을 들으려고 가는 중입니다. >> 바다는 잘 있습니다 - 자세한 책 정보 보기 2022. 8. 23.
[책 읽다]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 정채봉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이 세상의 먼지 섞인 바람 먹고 살면서 울지 않고 다녀간 사람은 없으므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정채봉의 사려 깊고 따듯한 시선 “대개의 사람이 쉽게 지나쳐 가는 것들 속에서 보석 같은 지혜와 진리를 발견할 줄 알았던 사람”( -피천득)이었던 정채봉은 인생과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로 많은 이의 가슴에 자신만의 ‘인장’을 남겼다. 이 시집에서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소중함, 생에 대한 갈구, 나 자신과의 관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사랑과 이별 등을 담았다. 이 시집은 생의 마지막 고비 앞에서 스러지지 않으려 했던 한 인간이자, 작가로서 정채봉이 남긴 삶의 ‘결정’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가 붙들고자 했던 글과 마음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너를 생각하.. 2022. 7. 24.